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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5 16:40

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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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하는 혼자만의 외출인가? 생각해보니 장애를 가지게 된 후 17년 동안 혼자서 외출을 한적이 없었다.

동행봉사자가 있을 때만 외출을 했고, 결혼 한 후에 신랑은 나의 기사를 자처했지만 직장에 메여 있다보니, 주말 외에 볼일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봉사자를 구해야하고, 구해지지 않을 때는 그 일을 포기하곤 했다.

나는 오래걷거나 계단이나 턱도 버겁지만 어설프게 걷기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구해 타고 홀로서기를 단행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저혈압이라 가끔 어지러움 증상도 있다보니 가족들도 혼자 외출하는 것을 반대해 더더욱 나의 홀로서기 시도는 포기되곤 했었다.

그러나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전동휠체어를 빌려 타고, 가까운 마트에 가서 장보기로 도전은 시작되었다. 꼭꼭 포개져 있는 장바구니를 꺼내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구니 하나만 꺼내주시겠어요?”라는 말을 꺼내기 까지가 어려웠지 말을 하고 나면 어렵지 않았다.
나의 부탁을 흔쾌히 미소지으며 들어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셨고, 높이 올려진 물건을 보며 순간 걱정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가까이 계신 분께 부탁을 드리면 모두 한결같이 나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나를 위해 그곳에 계신 분들처럼 말이다.

염려가 많은 나는 담대히 나아가는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무리 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부르짖어도 장애인이 세상 속으로 뛰어 들지 못한다면 그건 그저 의미 없는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를 안고 세상에 뛰어들면 두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가파른 경사로 때문에 뒤로 휠체어가 뒤집어 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모르는 낯선 남자가 계속해 따라와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워 뛰어들지 못한다면 나는 영원히 혼자만의 외출을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일단 장애인들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어떤 두려움이 있다해도...
이 세상에는 장애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것을 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높여 개선점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비장애인들은 어떤 것이 문제인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건물들도 주변에 많이 있다. 이용에 불편하다면 우리들의 목소리를 높여 법도 바꿔야 한다.

얼마 전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있던 방송작가 수강도 용기 내어 신청해 8주 과정 한번의 결석도 없이 수료했다.

10월 부터는 일주에 2회 인터넷쇼핑몰창업교실 수강신청을 해놓았다. 이제 내가 움직여야 할 일이 있을 때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무척좋다.
전에는 동행봉사자를 알아봐야하기 때문에 외출할 일을 잡으려면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장애인 콜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처음 혼자 지하철을 탔을 때는 역에 설 때마다 내가 내려야할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 긴장되어 잠이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지하철과 함께 흔들리다보면 노곤한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책 속에 푹 빠져 읽다보면 어느 역인지 소리를 듣지 못할 때도 있고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칠 뻔 해 놀란 적도 있었다.
나도 이렇게 혼자만의 외출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있음에도 늘 두려움이 많은 나였다. 지금도 순간순간 내 앞에 다가온 가파른 길을 만나거나 지하철안에서 호흡이 어려워질 때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면 차분히 기도를 한다. 담대하길 원하실 주님의 이름으로...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저 주저앉아 있었던 지난날들을 회개하며...
주님께서 허락하신 내안에 달란트를 찾아 열심히 살고 싶다.
내 안에 주님이 주신 능력을 찾아 주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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