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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환상

박대화

학창시절에 나는 손가락이 길고 피아노를 잘치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내는 피아노를 치고 나는 그 곁에서 노래를 부르는 낭만적인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의 아내는 피아노를 못칠뿐만 아니라 손가락도 가늘지 않다. 그렇다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살아가면서 결혼이라는 이름의 인연을 맺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그 인연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선택과 판단을 거쳐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나의 아내도 내 곁에 있기까지 오랜시간동안 힘든 과정을 통과해야만 했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 사랑하게 되고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하며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보낸후 우리는 한집에서 살게된 것이다.
경험해 본 바로는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일이다. 그러나, 꼭 현실에 갇혀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서로에게 환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배려가 아닐까한다.
당신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과 당신을 만난 것이 행운 이였다는 것 그런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간단한 표현이 어떤 환상보다도 더 큰 감동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제 결혼 9년차에 접어들었다. 나도 변했고 내 아내도 변했다. 제법 아저씨, 아줌마 티가 날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의 콩깍지가 벗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짜능날때도 귀찮을 때도 화날때도 있고 서로에게 얼굴 붉히는 일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변화가 없다면 큰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결론적으로 결혼은 해볼만한 것이다. 그러나, 장난처럼 한순간의 느낌으로 결정하여서는 안되지 않을까 아직까지 나는 보수적인 사람인 듯 하다.
결혼은 깨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기 위한 시작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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