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선
광운대학교 주형준
토요일 아침, 6호선 지하철을 타면 저 멀리 파란 의자가 눈에 아른거린다.
몇 일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얼큰하게 술이 오른,
백발의 어르신께서 파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실을 가는 시각 장애인에게 소리친다.
보이는 게 없으니까, 어른 공경도 모르나?
이어폰을 끼고 있음에도 쩌렁쩌렁 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다시 토요일 아침, 월드컵 공원을 가는 사람들로 지하철이 만석이다.
합정에 멈춘 순간, 휠체어를 탄, 중년의 여성이 문 앞에 탑승한다.
몇 정거장 남지 않았지만, 휠체어 앞좌석에 앉아 중년의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머리가 띵하게 울리며 그간 나의 시선을 되짚어 보게 된다.
늘 그들과 나의 눈높이는 휠체어의 높이만큼 차이 났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라고..
의자에 앉아 그들과 같은 시선을 마주보면 그간 위에서 바라본 시선이 부끄러워 진다.
그들과 나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며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에 조금은 가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