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으로 향하는 시선
상록수 임대륜
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고민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주제는 대인관계다. 현행법에서의 후견 제도 이해 및 실제적인 후견 계약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매우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요즘 엄청 고민 중인 내용을 과감 없이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친구를 가까운 친구로 느끼게 되었다. K는 내게 가까운 친구다.
K를 처음 본건 2019년 가을경이었다. K는 연극무대를 축하하는 오프닝 공연을 하기 위해 온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나는 K의 공연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몇 개월 후 또 다른 무대에서 K의 연주를 다시 듣고, 행사장 근거리에서 마주쳐 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업무를 계기로 만나 인사를 하고 다른 대중들과 함께 연주를 들었다. 내가 첫 직장을 퇴사하고 몇 개월 후 갑자기 K와 연락이 닿았는데, 그때 우리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K는 시각장애인이다. K가 전맹임을 알게 된 건 광주의 어느 미술관에서였다. 시각예술에 관심 있는 나를 위해 흔쾌히 조각 작품 전시 관람을 예매한 K에게 조심스럽게 물으니 전맹이라고 했다. 나는 K에게 팔꿈치를 내어주며 묘사할 수 있는 작품들은 최대한 말로 묘사했다. 만져볼 수 있는 코너는 K가 최대한 체험해 보기를 독려했다. 그 날 우리는 확실히 같은 전시를 보고 듣고 경험했다.
이번에는 K에게 내 마음의 고민을 공유했다. 사회적 기술 등의 영역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내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전문적인 이해를 지니고 있는 자연인과 제도적으로 안정적이게 교류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궁금한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던 K가 결국 내 소원을 잘 이해해 준듯하여 흡족하다.
사람의 마음으로 향하는 시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말하는 대화, 적절한 침묵과 휴식, 내가 지키려는 같은 시선의 내용들이다.